나의 조그만 틀이 부서질 때

박영식, 『창조의 신학』 (동연, 2018)


어진성 (인천대학교 화학과 학부생)



뇌과학자 정재승 씨가  열두 발자국이란 책이 있습니다.  책을 어느 유투버가 소개하면서 정재승 씨에 대해 이렇게 평가를 합니다. “과학이 재미있다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통하여서 지혜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연과학 학부생이고, 신학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교회 청년으로서 <창조의 신학>에 대 평을 감히 내리자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책은 신학자와 과학자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삶을 돌아보고, 공동체의 삶을 돌아보고, 한국 교회의 삶을 돌아보라는 지혜가 담긴 편지입니다.


저는  책을 보고 '어느 이론이 현실에 더욱 적합하다, 누구의 이론이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하나님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신앙의 선배들의 이야기와 지금의 우리에게 전하는 위로와 지혜가 숨겨져있다고 느꼈습니다주제에 따라 고대 철학과 종교적 이념에서부터 현대 신학자들의 다양한 이론까지 차근차근 설명해줍니다. 시대와 역사에 따라 대립되는 이론들의 다툼과 화해,  역사들을 통해 우리가 가져야 할 견문과 태도를 때로는 진득하게 때로는 물음표를 던져주며 대답을 강요하지 않고 우리에게 생각할  있도록 기다려줍니다. 책을 덮고, 잠시 눈을 감기도 하고, 높은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를 선사합니다.
 


사실 저는 교회 청년부에서 창조과학에 대한 간단한 발표를 준비하면서 이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처음에는 만화로 된 <창조론 연대기> 그리고 나서 <아론의 송아지>,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과 같은 책들에 바탕으로 발표를 준비하던 차에 과신대 모임에서 <창조의 신학>을 접하게 되었습니다비슷한 내용들이 있을 거라 생각을 했고, 처음엔 어디   읽어보자는 거만한 마음으로 책을 접하게 되었죠. 그런데 책뿐만 아니라 교수님과의 모임을 통해서 챕터를 쓰게  배경들에 대해서도 듣고, 과학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 호기심들을 느끼며,  책이 점점  인간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기독 청년으로써 무신론자들을 대하는 교수님의 지식과 지식을 전달하는 자세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교회를 다니면서 '이것이 무조건 맞다, 그것은 절대 아니다. 상대를 하지 말아라, 그냥 피해라'라는 극단적인 조언들을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젊은 지구론도 그렇게 잠깐 받아들이기도 했었죠. 하지만 창조론에 대해  알아가며 치우치지 않으려 많이 노력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 내에선 아직 그러한 변화에 대한 반응과 민감함이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통해 제가 배운 것은 2가지입니다. “똑똑할수록 겸손해진다.” “지나가던 나그네의 옷을 벗기게 한 것은 태양이었다.”라는 것을요. 여러 자기계발 SNS 페이지들에 올린 영상들을 접하면서 어중간한 지식이 가장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또한 그랬고요.  책은 나보다 똑똑한 사람의 겸손함을 적나라하게 시사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통해서 우리가 놓친 부분들을 상기시키고, 대립되는 주장에 아킬레스건들을 정확히 건드리며 고민하게 만들죠. 대립이 아니라 대화였습니다.
 


<창조의 신학>은 대화를 담은 책입니다. 과거와의 대화, 현재와의 대화, 창조의 하나님과의 대화, 대립과의 대화다양한 매개체들과의 대화를 통해 제가 아는 하나님의 영역이 훨씬  넓어지게 되었고, 전지전능함을  느낄  있었고, 아버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악이 무엇인지를 다룬 8장에서 교수님은 학자들의 다양한 관점들을 소개하고 함께 비추어보며 우리가 지금 고민해야 할 것들을 던져주십니다. 9장에서는 악을 이야기하면서도 하나님을 온전히 바라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들을 통해 나 자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삶 속에 모신다고 고백하면서도 정작 하나님이 찾아오셨을 때는 그분을 몰라뵈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봤습니다. 하나님을 선포할 때조차도 하나님을 시간에 가두고,  옛날 과거의 사건에 가두었던 지난날이 부끄럽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거듭나고 배워나갈수록 신학이란 학문에 엄청난 힘이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문득 친구 사역자들이 ‘신학을 배우는 것이 좋다‘라고 얘기하는  보곤 했는데,  책을 통해 다시   하나님을 바라보는  식견이 평신도로서 얼마나 좁았는지를 느낄  있었습니다. 치열한 고민과 생각 속에서 만들어진 신학을 읽으며,  스스로 신학을 학문적으로 낮게 봤던 것이 부끄럽습니다.

 
성경의 처음 이야기하는 창조는 단지 구약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삶 속에서 창조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게 해 줍니다. 하나님의 창조에 대한 신앙은 삶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며, 평화를 약속한다.”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을 가둬두고 믿었던 나의 조그만 틀이 부서졌습니다.  마음 깊은  잔해들과 함께  책은 에필로그를 마칩니다일과 휴식의 조화를 이루며, 끊임없이 창조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인정합니다. 기억하고, 가슴에 새길 것입니다. 이전 것을 버리고, 창조의 하나님과 함께 새로운 프롤로그를 써 내려갈 것입니다.

posted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